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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창의성 키우는 메이커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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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96회 작성일 18-03-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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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7월 2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개포 디지털혁신파크엔 온갖 잡동사니들이 다 모였다. 운동장에선 드론이 날아다니고, 실내에선 RC카(무선조종 모형차)와 퀵보드가 돌아다녔다. 학교나 집 모양의 건물이나 가로등이나 시계탑 등을 축소한 모형도 바닥에 즐비했다. 이곳에 모인 유치원생부터 고교생 나이 학생은 영메이커(Young Maker) 500여명. 중앙일보 청소년 매체(‘소년중앙’, TONG)와 함께 한국판 ‘메이커 페어’ 행사를 주최한 이지선 메이커교육실천 회장(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교수)는 “지난 2월부터 아이들에게 ‘1주일에 3시간씩 만드는 시간을 주자’는 취지로 전국에서 진행했던 메이커운동의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만든다, 고로 존재한다.’ 인간은 도구를 활용해 뭔가를 만들어 내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다. 뭔가를 만들어내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 이런 원초적 본성을 학생들에게서 느낄 수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3D프린터를 가져와 관심을 모았던 인천 동산고 2학년 신수현 군은 “내가 원하는 걸 만든다는 것도 좋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만들어가는 과정도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3D 프린터 [이미지출처] 구글

 

 

‘만든다’는 것의 의미


미국이나 중국에선 이미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메이커 운동’이 붐을 이루고 있으며, 이런 운동이 창업과 연결되고 있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예로 들어 한국에서도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입시공부에서 탈피하자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입시 준비도 벅찬데 뭘 만들어?”라는 ‘꼰대적’ 사고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만든다는 의미가 단순히 만들고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선 교수는 “지금 시대에서 주목할 점은 공유, 협력, 오픈이다. 이런 단어들이 중심이 돼 창의성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지난해 반려견의 심박체크 기기를 개발한 광주 서강고 3학년 문희주 학생의 사례를 들어보자. 그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아두이노(Arduino•컴퓨터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와 이를 구동시키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포함한 컴퓨팅 플랫폼)를 가지고 스마트폰 앱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심박기기를 만들었다. 입시 때문에?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유튜브엔 이것처럼 아두이노를 활용해 뭔가를 만든 사람들의 동영상이 가득하다. 현실에서 처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만들고, 이를 나누며, 나눔을 통해 기능을 개선하기도 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에릭 셔닝어 미국 뉴 밀퍼드 고교(공립고) 전 교장이 한국과학창의재단을 방문해 재단이 발생하는 월간지 ‘메이크올’과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20년 안에 현재 직업의 절반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다. 아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예측 가능하거나 불가능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독창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과 기량을 준비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력의 의미


올해부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순차 적용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이 최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수능 개편 논의(전 영역 또능 일부 영역절대평가화 등)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형 중엔 ‘창의적인 사람’, ‘교육과정이 목표로 하는 핵심 역량엔 창의적 사고역량’이 들어가 있다. 교육과정 총론에 적혀 있는 창의적 사고역량이란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 기술, 경험을 융합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역량’으로 정의돼 있다. 이렇게 정의된 창의적 사고역량에 따라 ‘기초지식+전문분야 지식, 기술, 경험 융합’에 강조점을 두다보니 모든 학생이 고교에서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을 배우는 쪽으로 교육과정이 바뀌게 됐다. 또한 ‘새로운 것을 창출’은 융합의 결과물인 것처럼 읽힌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게 있다. ‘왜 새로운 것을 창출해야 하느냐?’는 물음과 이에 대한 답이다. 이 물음이 빠지면 창의 역시 지식, 특히 기초와 전문 분야의 폭넓은 지식을 습득해야 창의적 사고가 나온다는 투입•산출의 논리가 강화되고, 이러다보면 “모든 과목 다 배워야 한다”는 공급자(교사 또는 학교)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에 포함되어야 할 물음과 답이 있다면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가 예측할 수 있든 없든, 알든 모르든 현재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지도 모르는 삶 속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문제 해결을 통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거나 심지어 기존의 지식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거나 도구를 개발할 수도 있어야 한다. 고식적이지 않고 남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성,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도 여기에 들어간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문제를 스스로 찾고, 동료와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메이커와 이들이 만드는 메이커 운동은 그 자체가 교육적이고 창의적이다. ‘다음 중 가장 적합한 것은?’을 고르는 입시교육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미지출처] 구글

 

 

무엇을 할 것인가


필자는 올해 초 일요판 신문인 ‘중앙선데이’에 연속 시리즈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안 바꾸면 미래 없다’(10회)를 게재한 적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화두에 맞춰 우리 교육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왜 한국에선 10대의 긱(geek•괴짜)이 나오지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10대 괴짜들은 인터넷에 자신이 만든 제품과 코드를 공개하고,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이를 공유한다. 김윤정 한국과학창의재단 본부장은 “미국만 하더라도 매년 열리는 메이커 페어에 70만 명이 넘는 메이커들이 참여한다. 이들이 창업을 주도하며, 산업혁신의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세계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DJI 왕타오(汪滔) 회장도 학창 시절 공부는 뒤로 미루고 모형비행기나 모형로봇 조립에 몰두하며, 비행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메이커 출신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선 차고가 없는 아파트에 사는 바람에 세계적인 창업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메이커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대학 입시 외엔 어떤 것도 생각하기 힘든 사회 분위기를 탓하기도 한다. 실제로 고교 때 메이커 활동을 접는 학생도 많다.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현행 기존 교육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어떤 정부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기존 교육체제의 개혁은 쉽지 않은 일이며, 개혁 과정도 쉽지 않다. 아무리 낡은 체제라고 하더라도 여기에 속해 있는 사람들도 많고, 기존 체제에 속해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한꺼번에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바꿀 것인가.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학교 교육을 메이커 교육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아이들에게 좀 더 여유를 주는 방향으로 기존 교과교육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는 있다. 배워야 할 내용을 덜어줘 여유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시간적인 여유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과거정부가 열정적으로 시행했던 중학교 단계에서 자유학기제는 시간적인 여유를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입시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고교 기간 중 메이커로서 활동을 인정해준다면 대학입시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의 관심과 경험을 단절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위해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을 확장해 입시 부담을 좀 덜 느끼게 해주자는 것이다. 미래과학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서울 상문고에서 ‘무한상상실’을 운영하는 남준희 교사는 “내신성적만으로는 대학에 가기 힘든 아이들이 메이커 활동 실적을 바탕으로 대입관문을 통과하는 사례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획일적인 경쟁에 모든 것을 쏟게 하지 말고 스스로의 관심을 키울 수 있도록 여유를 주자. 그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글_ 강홍준 (라이팅에디터 겸 사회선임기자/중앙일보)
수도‧중부권 중등 창의교육 거점센터 (충남대)
출처_ 크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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